'남원읍고사리'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8.05.23 이승악오름(이승이오름), 비 오지 않는 날의 풍경
반응형

부처님 오신날인 어제, 오랜만에 선생님과 오름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올거라고 해서 안 가려고 했다가, 웬걸.. 날씨가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급 산에 가기로.
오늘의 행선지는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리에 위치한 이승악오름이었어요.

이승악은 3번 정도 가 봤는데, 신기하게 항상 비가 왔었지요. 그래서 저에게 이승악은 항상 이런 이미지예요. 항상 흐리거나 비가 왔어서요.

6월에 가시면 이렇게 수국도 만나실 수 있어요. 역시나 잎이 비에 젖어 있지요?

아무튼 오늘은!! 날씨가 좋았습니다. 남조로를 타고 가는데 날씨가 너무 좋아서 옆자리에 앉은 선생님께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드렸어요. 이 길을 지나니까 8년전 여름에 동생과 함께 거문오름 가는 것을 실패하고(네비를 잘못 찍어서...) 아끈다랑쉬로 갔던 그 날이 생각나더라구요. 그 날도 정말 정말 날씨가 좋았었거든요.


드디어 이승악 오름 초입으로 가는 길에 도착. 이 길로는 처음 와 보았는데요,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멋있어서 가닥 차를 세우고 사진 찍고, 또 가다가 사진 찍고를 반복했던 것 같아요.


들어가는 길이 1km정도 되니 차를 타고 들어가셔야 합니다. 이런데서 집 짓고 살면... 좀 무서울까요?

가다가 새 친구들도 만나서 또 멈춰서 사진을 찍고.... 차를 최대한 살살 몰았는데도 저희를 피해 가더라구요. 새들이 나란히 앉아있는 자태가 정말 기품있는 모습이었어요.


더 멀리가는 새들..


서성로에서 이승악오름 초입까지 꽤 걸려요. 하지만 그 길이 너무 멋져서 지루하진 않았어요.
계속 감탄을 하면서 들어갔다는...


이제야 이승악 오름 입구에 도착!
이 길은 차를 세워 두시고 걸어가시길 권합니다. 200-300미터 정돈데 이 정도는 걸어 들어가야죠.
들어가는 길 가에는 고사리도 아직 많았어요. 고사리를 꺾을까 하다가 전에 꺾은 고사리도 아직 집에 많아서 오늘은 고사리는 패스했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방문객이 많지 않아서 좋았어요. 그리고 그늘이 있는 오름을 찾으신다면 이승악 오름이 참 좋아요. 비가 어느 정도 와도 다니기 좋아요. (제가 3번이나 다녀와 봤으니 ㅎㅎ)


위치 안내도입니다. 오름 정상까지 올라가는 코스는 20분 정도 소요되구요, 조금 산책 겸 돌고 싶다 하시면 40분 순환 코스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오늘은 정상까지 가지 않고 밑에서 계속 걸어다녔습니다.
이승악 오름에 사는 야생화들을 만나려구요.


처음으로 만난 꽃은 한라새둥지란. 한라산에서 발견되었고, 새둥지란을 닮았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저 같은 막눈은 가르쳐 주지 않으면 그냥 지나쳤을 것 같아요. 이제 꽃이 핀 절정을 지나고 조금씩 지고 있는 중인 것 같아 조금 아쉬웠어요.


선생님께서 한라새둥지란 사진을 열심히 담으시는 동안 저는 주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평상에 누워서 눈을 붙이기도 했어요. 평상에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찍은 사진.
초록잎들 사이로 빛이 새어 들어올 때의 그 느낌이 좋더라구요.
내 인생에도 볕이 들 것 같은 느낌?ㅎㅎㅎ


다음으로 만난 친구는 금새우란입니다. 정말 정말 힘들게 찾은 새우란입니다.
전에는 새우란이 엄청 많았는데 새우란을 캐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는지 정말 보기 힘들더라구요.
새우란은 꽃의 모양이 웅크린 새우를 닮아서 새우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해요.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영롱한 색깔의 새우란을 보니 기분이 좋아졌어요.
저는 이렇게 선명한 색의 꽃이 좋더라구요.

이건 약간 밑에서 찍은 사진이에요. 드디어 초점 잡는 방법을 알게 되었어요.
손바닥을 대서 먼저 초점을 잡아주고, 그 다음에 손을 빼면 꽃도 초점이 잡히더라구요.

 

다음으로 만난 친구는 나리난초.
약간 보랏빛을 띠고 있는 꽃이었어요.

꽃잎을 자세히 보면 바늘 같은 꽃받침이 꽃잎을 잘 받쳐주고 있어요.
정말 약해 보이는데 요 며칠의 비바람을 견딘 걸 보면 꽃들이 사람보다 오히려 더 강하다는 생각도 들곤 해요.


더 자세하게 나리난초. 꽃잎은 보기만 해도 엄청 얇아요. 그렇지만 강한 생명력! 


한라산 둘레길로 가는 갈림길! 저희는 그냥 여기서 돌아왔어요.




정말 정말 힘들게 돌아다닌 끝에 만난 친구!
갈매기 난초입니다. 예전에는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었는데, 갈매기 난초 역시도 꾼(?)들이 많이 캐어가서 보기 힘들어 져서 그들이 원망스럽더라구요.
꽃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보면 안 되는 걸까요? 이걸 집에서 보려고 가져가는 건지, 팔려고 가져가는 건지... 참 궁금하네요.


조금 돌아다니다 보니 꽃이 핀 갈매기난초도 발견! 이름을 듣고 보니 꽃 모양이 정말 갈매기 같아지는 느낌..
 


이제 꽃이 피려고 하고 있네요.


갈매기 난초를 마지막으로 이승악 오름과는 작별 인사를 하고, 선돌 쪽에 있는 효명사 근처로 갔어요.
선덕사는 몇 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 위에 있는 효명사는 처음 가 봤어요.
절 옆쪽으로 계곡도 있는데 여름에 물놀이를 해도 좋을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 만난 꽃은 나도수정초. 정말 특이하게 생겼죠? 저도 어제 처음 본 꽃이에요.
줄기, 꽃잎 모두가 하얀 색이고, 이름처럼 수정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한참을 신기하다, 신기하다 하면서 사진을 찍고 꽃을 살펴봤던 것 같아요.

 

더 자세히 살펴봤어요. 아랫쪽에서 보니 꽃 안쪽에는 파란눈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 눈 옆으로는 작은 털인지 잎인지도 보이고요. 이렇게 보니 좀 더 꽃다워 보이는 느낌?



제주무엽란. 선생님께서 표현하시길 잉크빛 야생화라고 하셨어요.
정말 한참을 찾았는데 못 찾겠더라구요. 겨우겨우 찾아서 보니 정말 눈에 띠지 않는 색이죠?
보라색과 파란색이 절묘하게 섞여서 오묘한 빛을 내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동시에 내가 이 아이를 제주무엽란인지 몰랐다면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무엇이든 의미를 어떻게 부여하느냐에 따라서 그 가치도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그렇기 때문에 내 인생에도 스스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야 인생이 좀 더 풍요로워 지고,
의미로워 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저는 나의 인생을 의미롭게 만들 수 있을까요?


효명사로 올라왔는데, 나무에도 이렇게 꽃이 피어있었어요. 신기...




효명사 신도분께서 내어주신 떡과 커피. 부처님 오신날이라 떡도 얻어먹고, 뜻밖의 수확.

여러분도 시간이 되실 때 이승악 오름을 산책하시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 보세요.
흐린 날이나 비 오는 날의 이승악 오름도 강력추천입니다!!

제 포스팅이 도움이 되셨다면 아래에 있는 광고 한 번 클릭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여러분의 클릭이 다음 포스팅을 하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반응형
Posted by 바닷마을주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