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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브로콜리너마저 제주 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저의 10대는 Toy의 노래를 들으며 보냈다면, 20대는 단연 브로콜리너마저예요.
2009년 봄 쯤인가에 친구의 소개로 브로콜리 너마저를 처음 알게 되었던 것 같아요. 
2009년~2010년까지는 브로콜리너마저만 들었을 정도였으니까요.

 

1집 앨범(보편적인노래)은 제가 좋아하던 친구와 이 앨범의 노래들을 메일로 하나씩 주고 받으며 이야기 했던 추억이 있어요. 그 때는 이 노래를 들으면서 우리의 지나온 시간들, 우리의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 했었어요. 그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여행한 적도 있는데 그런 추억 때문에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앨범에 있는 노래 제목인 '2009년의 우리들'처럼 2009년 겨울의 우리 모습이 아련하게 남아있어요. 밤마다 노래 들으면서 길고 긴 메일을 주고 받았던 기억, 눈 쌓인 한라산을 오르내렸던 기억.. 이런 기억들을 모두 브로콜리너마저 1집이 감싸고 있는 느낌이라고 하면 되려나요? 아무튼 이제 브로콜리 너마저 1집만 들으면 이제 그 친구가 저절로 떠오릅니다. 2년 전 까진 연락을 하고 지냈었는데 지금은 어떻게 지낼지...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2집 앨범(졸업)은 제가 제주도에 오려고 마음 먹고 시험을 본 시기에 나온 앨범이에요. 제주도에 갈지말지도 고민이고, 시험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떡하나 하면서 고민으로 엄청 둘러싸여 있을 시기였어요. 이 시기는 2010년 겨울이네요. 그 우울한 시기에 하루에 1끼 정도만 먹으면서 집에서 브로콜리너마저 2집만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아요.
특히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마음의 문제', '울지마' 등을 들으면서 정말 많이 위로 받았던 것 같아요. 그 앨범이 그 시기에 나오지 않았다면 어떻게 2010년 겨울을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아무튼!! 제 20대의 중간~끝자락까지 정말 많이 위로와 힘을 준 브로콜리 너마저의 콘서트를 한다기에 어제 공연을 보러 갔습니다. 3년 전 쯤에 제주에서 공연을 한 번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었어요. 시작은 1집에 있는 노래인 '춤'으로 시작했어요. 이 노래를 정말 시작하는 노래로 딱 좋은 음악이죠.

어제 공연은 향기씨가 건강상의 사정으로 참여하시지 못해서 기타는 백업멤버께서 참여해 주셨어요. 잔디(건반), 류지(드럼), 덕원(베이스) 이렇게 세 분은 오셨구요. 덕원씨 께서 대부분의 멘트를 해 주셨는데 요즘은 브로콜리 너마저가 좀 띠엄띠엄 나온다고 얘기도 하셨구요, 처음 앨범을 나올 때는 본인도 졸업한 지 얼마 안 된 노래여서 그 때 나오던 얘기랑, 또 지금 할 수 있는 얘기가 조금은 달라진 것 같다고 하시면서 10년, 20년 계속 교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잔디씨는 그간 육아휴직도 쓰시고 하셔서 오랜만에 제주도에 오셨다고 하셨는데, 예전 제주 공연에선 아기들을 낳기 전이어서 아주 자유롭게 술도 마시며 놀았었는데 지금은 아이가 둘이 생겼다고 하시더라구요. 뭔가 같이 나이 들어가면서 같이 성장해 가는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저의 오바일까요? 아이의 엄마로서도, 뮤지션으로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잘 닦아 가시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요. 존경스럽기도 하구요.

덕원씨는 항상 브로콜리 너마저 노래는 항상 부정적인 것 같다며... 본인이 부정적인 건지 세상이 부정적인 건지 모르겠다고ㅎㅎ 그래서 이번에 나올 3집은 2010년부터 신나는 노래를 해 보고 싶다고 생각은 하셨대요. 그렇지만 본인이 만든 밝은 노래를 들어보면 '정말 그래?'라는 생각이 든다고... 3집은 나름 신나고 발랄하게 만들고는 계신다고 하셨지만, 잔디씨 왈 본인의 아이들이 3집에 실릴 노래를 듣고 춤을 추긴 하지만 노래 가사는 향후 10년간 이해를 못 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구요 ㅎㅎㅎ

브로콜리 나머저 2집 '졸업'을 부른 뒤에는 시간이 지나면서 고민도 바뀌고, 생각하는 것이나 처한 상황도 바뀌고 하는 것이 신기하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과정이 어려운 것 같다고 하셨구요. 시간이 지나도 왜 사람들이 변해가는 지도 알 것 같다고... 그런 복잡한 것들이 많아서 새로운 앨범을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하셨어요. 1집과 2집 처럼 3집도 제가 엄청 공감할 수 있는 음악들이 나올까요? 엄청 기대가 되더라구요. 브로콜리너마저 3집을 들으면서 나의 현재를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요.

'공식적'인 마지막 노래는 '보편적인 노래' 였어요. 관객들의 표정을 보니 에너지도 전해지고 안심이 된다고 이야기 하시더라구요. 보편적인 노래는 뭐랄까요... 제목만 들으면 속기 좋은 노래? 이 보편적인 노래가 저에게는 보편적이지 않은 노래가 되어 버려서 그런가봐요. 이 노래만 들으면 그 때의 사소한 생각, 순간, 분위기가 다 떠오르거든요. 노래는 그 때의 그 시간으로 돌아가게 해 주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 노래를 듣는 그 순간만은 언제나 25살의 나인 것만 같으니까요. 


이렇게 공연은 끝났지만 관객들의 앵콜로 가득해 지니, 앵콜곡도 해 주셨어요. 첫 곡은 잔디씨(건반)와 덕원씨 둘만 나와서 불러 주셨는데 제목은 모르겠구요... 그 다음 곡은 모든 세션들이 나오셨어요. '사랑한다는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을 불러 주셨는데, 이 노래의 백미는 건반이죠. 시작 부분의 건반 연주만으로도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그 순간에는 전율이 오더라구요. 그 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위로가 필요한 연약한 인간인 건 마찬가지구나 싶었고..

그리고 또!! 앵콜곡을 불러 주셨어요. 정말 마지막노래라면서요. '앵콜요청금지' 였어요. 이 노래 역시도 가사와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앵콜을 요청했다가 애매하게 거절 당한 아픈 기억....ㅎㅎㅎ) 그 추억이 새록새록 생각나면서 예전의 간질간질한 그 기억들이 나더라구요. 그 때는 정말 인생의 아픔이고 흑역사가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니 그런 기억들도 웃으며 떠오를 수 있게 된 건 좋은 점인 것 같네요. ㅎㅎㅎ

아무튼 이렇게 브로콜리 너마저 제주 콘서트는 막을 내렸습니다. 여운이 많이 남아서 같이 간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집에 왔어요. 어제는 브로콜리너마저 앨범을 함께 듣던 그 친구가 정말 많이 생각나는 하루였어요. 지금도 브로콜리'너마저' 때문에 그룹 이름이 마음에 안 든다고 투덜거릴까? 그 친구도 브로콜리너마저 노래를 듣고 우리의 그 시절을 떠올려 줄까 궁금하기도 하고요.

어서 3집이 나오고,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공연에서 교감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멀리 제주까지 와 준 멤버들에게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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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닷마을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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